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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르디의 생각

집돌이와 집, 그리고 멍멍이

by 뮤르디7 2022.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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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르디는 사정이 있어 한 일주일 출근을 안 했다. 외출을 해도 집 앞 마트, 치킨 포장 정도였다.

코로나로 다들 집에서 안 나가고 갇혀있던 경험은 있겠지만, 나는 그 외출을 자제하는 기간도 즐기던 집돌이였다. 집에 맛있는 거 배달시키면 되고, 집에서 안 나가도 재밌는 건 많았고, 친구들이랑 노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혼자 놀기, 가족과 놀기도 즐거우니.

그런데 이번 일주일은 뭔가 많이 답답하고 우울감이 들었다. 길게 집콕 한 것도 아니고, 일주일뿐 그랬는데.. 창문 열어 찬 공기 마셔도, 잠깐 운동을 해도, 산책을 가도 별 다를 게 없었다.

집에서 쉬고 싶으면 쉬고, 놀고 싶으면 놀고, 물론, 시간을 좀 유용하게 보내려는 노력 혹은 압박도 있었지만, 오랜만의 긴 휴식으로의 일주일이었다. 그 긴 휴식이 처음에는 좋았으나, 답답함이 생기니 고통이 되었고, 한창 도서관에서 공부만 하던 때가 떠오르고 그랬다.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에는 더더욱이 생각만 많아졌고, 과거 회상을 많이했다.

어떻게 견뎌내었냐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뮤르디는 어렸을 때부터 같이 살아온 멍멍이가 하나 있었다.

태어난 순간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모두 내 삶과 함께였던 강아지다. 어미로부터 태어날 때 쪼그만 강아지였던 게, 똥꼬 발랄한 뽀얀 몰티즈가 되었고, 여전히 뽀얐지만 윤기는 잃고 힘없는 노견도 되었다.

뮤르디는 집돌이다. 그 멍멍이도 주인 닮아 집돌이였다.

원래도 몰티즈는 산책 요구량이 많은 견종이 아니라는데, 우리 집 멍멍이는 더 집돌이였다. 그 에너지는 집에서 나랑 놀고 부모님과 놀고 그것으로도 충분히 발산되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며, 부모님도 바쁘고, 나도 성인이 되어감에 따라 밖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집돌이가 밖에서 빼앗긴 에너지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충전하고 싶어졌다. 쉬는 날 그저 하루종일 게임이나 하던가 잠만 자던가. 보통 사람의 주말과 같은 일상이었다.

그러나 그래선 안 되었다. 내가 하려는 보통 사람의 주말은 항상 나만, 가족만 바라보는 작고 소중한 존재가 있으면 얘기가 달랐어야 했다.

쉬는 날 그저 컴퓨터에 앉아 게임만 하던 때가 있었다.

멍멍이는 내 무릎위에 앉아 곤히 잠만 잤다. 쉬는 날 그저 잠만 자던 때가 있었다. 멍멍이는 내 옆에 누워 곤히 잠만 잤다.

그저 옆에 있었다.

그러다 잠도 안오고 심심하면 내 무릎, 내 옆을 벗어나 문 앞에 앉아 나를 쳐다보았다. '놀아조..' 그래도 내가 반응이 없으면 "이 이잉... 잉.." 하며, '심심해...'하고 보채기도 했다.

물론 내 소중한 존재가 그렇게 쳐다보니 그냥 무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분량이 적었다. 액션영화의 으아아 하고 바로 퇴장하는 '조연 31'처럼. 보채고 할 때 거실 가서 한 두어 바퀴 굴러 놀아주고 말았다.

글을 쓰다 보니 나는 생각보다 나쁜 주인이었던 것 같다.

내 즐거움에 빠져서 소중한 존재를 당연히 여기며,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소중한 존재와의 소중한 시간을. 나중에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렇게 바래도 지금은 꿈속에서도 가지지 못하는 그런 시간을.

나는 그렇게 흘려버렸다. 후회만 남기고.

그렇게 회상하다 보니, 우리 멍멍이는 그 시간들을 어떻게 견뎌내었을까 싶다.

심심하고 지루한, 사람과는 달리, 밖에 나가고 싶을 때 못 나가는 우리 멍멍이.

아무리 좋아하는 주인들이더라도, 집에 갇혀있다시피 하면.. 우울해지고, 마음에 병이 들텐데. 어떻게 버티며 우리에게 항상 밝은 멍멍이로 남아주었을까. 죽어가는 그 순간에도..

그렇게 우리들이 좋았을까. 좋아하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던 걸까. 아니면 우리와의 즐거운 기억들을 먹고사는 멍멍이였을까.

내 곁에 멍멍이는 없다. 삶의 탄생과 끝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함께한 작은 생명이고, 소중한 가족이었다. 처음에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으나, 지금은 덤덤하다. 아니. 덤덤함으로 두텊게 덮은 아련함인 듯하다.

오랜만의 휴식에 생각이 많아졌다. 시간의 흐름에 흘러가는 기억들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고, 우울과 답답함을 계기로 내 마음을 한 번 둘러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연히 하게된, 세상 밖으로의 산책이 아니라 내 마음속으로의 산책.

그리고 마음 구석에서 다시 만난, 노란 꽃 한 송이와 하얀 멍멍이.

언제나 그렇게 마음속에서 내 삶의 끝까지 함께할.



우리 멍멍이 삼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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